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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추억 돋는 거리는 남대천과 중앙성남시장을 건너다보이는 노가니마을로 월화거리를 지나 월화교를 건너면 된다. 월화정을 지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기억까지 머금고 지금은 기차가 다니던 길로 사람이 다니는 신기한 노암터널과 정조 이산의 기억을 머금은 300년 고택 김윤기 가옥, 그리고 감성돋는 카페와 성당을 지나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를 잇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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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터널 모퉁이는 똑갑재 아랫동네로 기찻길이 사람들이 걷는 기찻길로 변한 동네로 연화봉 자락에 김윤기 가옥과 인근 레트로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는 오래된 살림 모탱이길이다.
언제부터 이곳이 감성터널로 손꼽히게 됐을까? 월화거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 주택가를 지나다보면 신기한 풍경의 터널을 만난다. 원래는 일제 강점기 축조된 터널로 수탈을 목적으로 기차가 놓여지면서 터널이 생겼다. 이곳은 2010년대까지 사람들이 아무도 다닐 수 없는 곳이었다. 더구나 언덕 너머에는 도깨비가 다닌다는 ‘똑갑재’가 있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맞아 2017년말 강릉행 KTX 열차가 생기면서 지하 깊은 곳으로 기차가 다니게 되고 뜻밖의 선물로 걸을 수 있는 터널이 생겨나게 된다.
이후 강남동과 입암동 마을과 마을을 잇는 통로로 이 터널을 애용하게 된 것이다. 노암터널은 오래된 기억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자의 눈에는 기저 신기한 도심속 터널일 뿐이다. 앞의 월화교나 월화정, 뒷산의 연화봉길, 노가니골 등등이 강릉의 시조설화나 오래된 마을설화이지만 지금은 흘러간 옛노래 쯤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 오래된 흔적이 있었기에 오늘의 평온한 여행자의 발길이 머무를 수 있음을, 누군가의 피땀어린 정성이 심어져야 사과나무에서 붉은 사과의 열매를 얻을 수 있듯이 노암터널에서 인생샷 건지시걸랑 선현들의 헌신도 생각하는 시간 갖기를 빈다.
노암동 300번지. 행정동의 주소를 따라 찾아가면 도심 속에 솔숲이 에워싸고 있는 300년 고택이 반겨 맞는다. 12 대문 집으로도 알려진 이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동별당, 행랑채까지 70칸이 넘는 대가를 형성하고 있어 강릉의 한옥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사랑받고 있다. 본채의 명문에 강희 53년 갑오(甲午, 1714년)이라 기록된 것으로 보아 대략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본다. 역사적 가치도 뛰어난데 이 건물은 정조대왕을 드라마로 다룬 <이산>에서 홍국영이 유배지로 강릉에 가게 되는데 그가 말년에 머문 주택이 바로 이 집이다. 홍국영 대감이 직접 심었다는 배롱나무도 전한다.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강원대학교 분교로도 활용되어 임시 학교시설로 사용되기도 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공재로의 쓰임도 마다하지 않은 가문의 내력도 훌륭하다고 하겠다. 특히 강릉단오제가 열리기 전 강릉지역 여성들의 모임인 예림회에서 이곳에 모여 진달래술을 빚는 전통이 한동안 전승되었다. 이곳 종부께서 예림회 회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돌담과 한옥 기와에서 드라마처럼 그 시절을 기록해 본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이 카페는 머핀이 맛있는 집. 건물 옆에 진짜 멋진 레트로 감성의 벽화가 그려져 있고 노란 의자가 있어 인생 샷 한 장 도전해 볼 만 하다. 머핀맛집이라는 것이 내부에 들어가면 에그베이컨 머핀, 타코야끼 머핀, 사과 머핀, 크림치즈 머핀, 블루베리 머핀 등 머핀 종류만 10여 가지에 달한다. 진정한 머핀 고수. 단호박 휘낭시에와 초코 휘낭시에 등 빵에 진심인 쉐프님의 감성이 느껴진다. 레트로카페라는 것이 소품에서도 잔잔하게 와닿는 게 각설탕과 유엔성냥, 델몬트 물병과 양은쟁반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 앞의 엄마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카페에 앉아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보면 길가는 사람들의 풍경과 느리게 흐르는 시간. 건너편 담벼락에 꾸벅꾸벅 졸고있는 길냥이까지 모두가 레트로 인 듯 하다. 카페 정화에서 제대로 정화되어 나온다. 노가니골에는 감성주의 카페 정화가 있다.
골드에그랑. 이름이 예쁘다. 강남축구공원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작고 앙증맞은 카페는 금빛 달걀이랑 궁합이맞는 브리오슈빵으로 만든 수제 토스트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살짝 지나치기 쉬운 노암한라아파트 1차 앞쪽위치에 있긴 하지만, 미술을 전공하신 사장님의 디자인 안목이 느껴지는 녹색 캐노피를 찾으면 정답이다. 골드에그랑을 기본으로 바삭바삭 해쉬브라운 에그랑, 베이컨 갈릭치즈 에그랑, 육즙팡팡 소세지 에그랑, 풍마가득 게살마요 에그랑. 음, 군침이 돌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을 수제로 직접 만들어 주시니 시간이 살짝 걸릴 수 있다. 물론 맛은 신선하고 달콤하며 특히 그다지 ‘단ㆍ짠’이 아닌 건강한 맛이라 좋다. 카페이니 커피 맛도 괜찮은 편이고 스무디와 에이드, 젤라또, 허브티와 프라페까지 작지만 알찬 메뉴를 자랑한다. 그 중에도 쉐이크 등과 함께 수제 유자청, 꿀자몽 수제청은 또 하나의 수제자랑이다. 달콤하거나, 싱싱하거나, 신선한 오후의 상큼함을 건강하게 맛보고 싶거들랑 오가는 길에 ‘골드에그랑’에 가자. 적당히 기분까지 달달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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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곶감전을 지나 잠수교에서 노암동으로 직진하면 노가니골이다. 이 노가니골은 노나라 공자의 마을처럼 효제충신이 많은 마을이라는 뜻과 물이 많다는 뜻이 합쳐진 말. 잠수교 인근의 문성관 동상과 마을관리소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연화봉길 28. 강남동 마을관리소? 신기한 이름의 공간이 있다. 마을관리소. 입구에 생활환경 개선, 재난위험 관리, 주민생활편의 제공 등 하는 일이 유리벽 가득히 레터링 되어 있다. 슬쩍 들어가보니 마을활동가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마을관리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공헌사업으로 2019년 원주 원인동 마을관리소를 시작으로 이곳이 8호점이란다. 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이 마을관리소는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주민들과 마을활동가들이 함께 돌보며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20여 종의 생활공구와 휠체어, 보행보조기 등 단순 구매가 어려운 물품대여도 해 드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함께 만나 마을행사”를 진행했는데 가톨릭관동대학교 언어재활학과, 안경광학과 등의 학생들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간단한 시력검사 및 렌즈 후원, 언어/인지검사, 간단한 건강진단 등을 진행했단다. 이와 함께 인근 공터에서 먹거리, 체험행사 등의 부스도 마련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다같이 즐기면서 마을돌봄과 마을관리 프로그램 등에 대한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을관리소. 봉사하고 싶은 분들의 징검다리여도 좋겠다.
보배골은 원래 잠수교를 건너 노가니길에 있었던 맛집. 지금은 남부지구대 옆으로 옮겨 여전히 보배골의 명성을 잇고 있다. 강릉에서는 홍어삼합을 먹기 쉽지 않은데 보배골에선 코를 톡 쏘며 휘감아 도는 맛에 반하기 쉽다. 오리 주물럭과 능이 닭 백숙도 저녁메뉴로 인기인데 그만큼 어지간한 음식의 고수임을 공인하는 까닭에 맛있는 메뉴들이 뚝딱 밥상에 오른다.
보배골에서는 특히 홍어삼합에 살짝 빠져들 때면 짜글이 뚝배기를 내주시는데 그 또한 맛이 일품이다. 홍어회나 홍어전도 맛있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오리에 양념장이 적당히 배어들어 매콤한 맛을 자랑하는 가오리찜도 보배골의 별미다. 또한, 계절메뉴로 가끔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생굴과 굴전은 둘이 먹기 아까운 맛이다. 특히 직접 담은 묵은지는 오래 묵혀둔 약감치 같은 맛이니 두고두고 입맛을 돋우는 맛을 자랑한다. 보배골 음식은 모두가 보배로구나.
전쟁이 나야 꼭 영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남대천에 작은 동상(정확히는 흉상)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사자 문성관 선생. 그는 현대 사람으로 1961년생이시다. 두 아이의 가장인 문 선생은 택시운전을 하면서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대원으로 평소 봉사를 생활화하셨는데 1999년 1월 2일, 잠수교 아래에서 살려달라는 열두 살 아이의 외침에 얼음물에 뛰어들어 생면부지의 아이를 구하고 본인은 생을 마감하신 것이다. 고귀한 목숨을 던져 어린 생명을 구한 그 귀한 뜻을 기려 정부에서 의사자 56호로 지정받았고, 그 고마운 마음을 기려 동상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 그해 추모 동상을 제작하였다. 우리는 모두 제 잘난 맛에 산다지만 사실은 이런 앞선 시대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셈이다. 이런 분이 계시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이다. 잠수교 인근에 있으니 한 번쯤은 꼭 들러 그 아름답고 고귀한 마음을 기려보자.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보여! 창밖에 사랑이 보인다 보여!’
유행가의 한 소절처럼 강릉에도 딱 잠수교가 있다. 성남동 금방골목에서 잠수교로 향하는 길에 예전 국내 최대 규모의 곶감시장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곶감전이라 부르는 그 길목을 지나 강남동을 잇는 길목이 잠수교이다. 예전에 더 낮고 좁은 길이었고, 그 전에는 통나무 섶다리였다고 한다.
이곳에 잠수교가 있었던 이유는 시장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멀리 돌아가기 어려웠기에 간편하게 다리를 놓고 다니다가 큰 물이 나면 물이 잠기거나 떠내려갔으니 다시 다리를 놓고 살았단다. 잠수교의 백미는 강릉단오제가 열릴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들의 작은 통로로 그만이다. 잠수교는 서민들의 오래된 다리품을 위로해주던 오래된 추억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