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거리 0.0km / 도보 약 00분 소요
가톨릭관동대학이 있는 곳은 효자가 많아 노래곡, 지금은 내곡동이다. 홍제 징검다리를 지나 학교로 가는 길목에 숨겨진 맛집과 숨겨진 문화재 신복사지 석불좌상의 미소를 만나보고 두 남자의 강릉 이야기도 들어보며 대학 박물관과 디자인이 빛나는 전망대까지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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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사지 석탑과 석불좌상은 천 년 역사 마을의 흔적 같은 공간이다. 홍제동 징검다리를 건너 맛집거리를 지나 효자들이 많아 ‘노래곡’이라는 마을의 천년 기억을 더듬어 본다.
징검다리는 유년시절 추억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예전 남대천엔 징검다리가 많았다. 아니 대다수의 샛강에도 징검다리가 많아 개울물이 불기 전에는 이 징검다리로 다녔다. 개울물이 불면 멀리 큰 다리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다들 있었을 터이다. 그 이전엔 출렁다리라 하여 공사판에서 쓰는 구멍 숭숭 뚫린 철판을 잇대어 다리로 애용했고, 그 이전에 솔가지와 돌과 흙을 이겨 섶다리를 만들어 썼다. 지금도 시골마을에 가면 종종 섶다리를 놓는 풍경을 마치 문화재 구경하듯 하곤 한다. 그런 추억의 징검다리는 언제 건너도 정겹다. 특히 홍제 징검다리는 널찍한 돌판이라 깊은 밤, 거기 중간 즈음에 걸터앉아 졸졸졸 물소리 듣노라면 세상의 독한 소리 다 씻어낼 만큼 시원하고 좋다.
초여름밤이면 양쪽으로 갯버들과 억새, 부들 등 물가식물들이 무성하게 솟아올라 어디 깊은 숲에 들어가는 착각이 일기도 한다. 물풀들의 일렁임에 달빛도 잦아드는 그 고즈넉함과 저 건너 아파트의 불빛이 대조를 이루는 것도 좋다. 그 중간 즈음에 징검다리가 있어서 참 좋다.
일찍부터 순수하게 우리 밀을 이용한 빵을 고집했기에 간판 이름도 빵 짓는 농부다. 오래도록 그 자리를 올곧게 지키고 있지만 딱 아는 사람만 아는 현지인 맛집 같은 곳이다. 우리 밀 통밀가루로 만든 천연 발효빵. 그 맛은 아는 사람만 아는 토종의 맛 같은 거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운영하시기에 부지런 좀 떨어야 귀한 빵 맛을 볼 수 있다. 전문 제빵도구 없이, 화학 첨가물 없이 옜날 방식의 천연 발효빵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빵 짓는 농부만의 좋은 빵에 대한 올곧은 마음의 표현으로 가끔 이 빵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집빵교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눈치 빠른 분은 아시겠지만 빵 짓는 농부는 파주 헤이리에서 본 적이 있을 터이다. 그곳과 이곳은 가족분이 함께 운영한다. 좋은 것에 대한 믿음, 우리 것에 대한 사랑. 그 마음이 만든 소박하면서도 우직한 빵은 속이 부대끼지 않고, 더부룩하지 않은 빵의 대명사이다.
데일리 아트를 꿈꾸는 예술쟁이가 있다. 뮤제키즈아트살롱으로 ‘우리도 아티스트’같은 프로그램도 자주 연다. 아이의 상상력은 예술가들의 꿈과 같은 것 아닐까? 그들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미술학원 형태이지만 어른들의 강좌도 자주 열린다. 클래스가 여럿 운영되고 있기에 다른 시간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다. 당연히 미술세계도 다양한 결과 색채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징검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 보건소 방향으로 가다보면 만나는 곳. 무제. 입구를 지나다 보면 윈도우 갤러리도 아름다운 예술공간을 표방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작가의 공간이기에 작가가 상주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작품이 상주하고 있으니 잠시 예술세계에 멍 때리며 빠져보기 좋은 시간. 그곳에 일상의 예술을 꿈꾸는 몽환적인 뮤제가 있다.
자연산 탱수 추어탕? 그게 가능하다고? 그런 현지인 맛집이 있다. 별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곳. 왜냐하면 현지인들만 가고 싶고, 아껴두고 싶은 맛집 같은 곳이다. 탱수는 진짜 청정 1급수에만 사는 민물고기다. 정선이나 평창 등지의 산골마을 샛강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민물고기를 강릉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숨은 맛집인 어가. 그 오래 살아남은 비결은 제각각 있기 마련이다. 해물감자탕과 탱수추어탕은 이 집만의 비법. 그 깊고 담백하면서 살짝 들큰하다고 해야 할 국물맛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드링킹 하고 싶은 국물에 감자밥을 넣어 후루룩 쩝쩝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탱수추어탕은 민물 추어탕의 정수를 보여주고, 해물 감자탕은 바다 추어탕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점심도, 저녁시간에도 현지인들로 넘쳐난다.
통일신라 구산선문 사굴산파 종찰인 굴산사와 함께 그 시절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유적으로 대한민국 보물 제84호인 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과 삼층석탑이 있다. 10세기 후반인 고려 초 양식으로 불상이 원통형의 높은 보관을 쓰고 석탑을 향해 앉아있는데 한쪽 무릎을 세우고 있다. 부드럽고 턱선이 풍부한 복스러운 얼굴에 넉넉한 옷주름까지 당시 석조조각의 품격을 보여주는 모양새로 비슷한 시기의 조각상인 월정사 보살상과 모양새가 매우 비슷하다. 소방서 뒤 산자락에 안거하고 있는 이 신복사지 석불과 석탑은 통일신라 문성왕 12년(850년)에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가 처음 세웠다고 전한다. 신복사지 삼층석탑(보물 제87호)은 정교한 문양과 함께 지붕돌까지 온전히 남아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절터의 절집은 모두 사라졌으나 산자락을 따라 석탑과 보살상은 천년의 풍상을 고스란히 이겨냈으니 기특하고 아름답다. 미학을 중요시 한 선현들의 디자인 철학을 품고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넉넉하기를, 그대의 오늘도 그러하기를 빈다.
한방 디저트카페를 표방하는 카페 미담. 커피와 약선차, 한방 건강음료는 물론 건강차와 수제 선물세트도 다양하다. 다섯 곡식으로 만든 오곡칩, 김부각, 콩가루를 살짝 묻힌 도라지정과와 수제 도라지청, 레몬생강청, 그리고 흑미와 치자, 비트, 보리 새싹 등으로 만든 오색편강까지 다양한 한방 디저트가 있다. 여름이면 얼얼하면서도 스윗한 수제 팥빙수도 맛볼 수 있고, 겨울이면 뜨끈한 한방차에 가슴 깊은 곳까지 따뜻한 향기를 전해볼 수도 있다. 모두 수제로 만드시는 정성이 깃들었기에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카페 미담에서 디저트로 미담을 만들어 보아도 좋겠다. 당신은 미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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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관동대학이 자리한 곳은 원래 청룡안 솔숲을 안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로 대학안의 박물관과 전망대, 솔숲을 느리게 걸으며 그시절 선교사들이 남긴 유산과 우리가 남기고 있는 유산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길이다.
참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섰는데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 직접 가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이 그곳에서 모임을 한다기에 일부러 찾아 보았다. 와우. 감성술집이라 이름 붙일 만 하네. 두 남자가 모여 한다는 선입견은 접어도 좋겠다. 감성이 넘치는 마루와 처마 공간, 외부의 한 뼘 정원도 수준급이다. 실내엔 레트로 풍의 감성 충만하고, 오래된 나무 유리문과 벽면에 청춘의 특권(?)이라 할 낙서들이 가득하다. 그릇들도 참 예스럽고 재미있다. 거기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이 범상치 않다. 소고기 육사시미, 가자미 회무침, 문어숙회까지 육, 해, 공을 가리지 않는다. 탕류로도 알탕과 통돼지 김치찌개, 구이는 임연수 구이, 노가리와 먹태, 왕새우소금구이까지 다양하다. 해물두부김치나 골뱅이소면, 오돌뼈와 닭똥집까지 도대체 이 많은 요리를 누가 할까? 걱정 마시라. 주인장의 노하우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하니. 천천히 강릉막걸리나 평창맥주에 맛있는 인생 논하고 싶거들랑 ‘두ㆍ남ㆍ강’ 들러 보시길 권한다.
청룡안의 오래된 솔 숲 사이에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있다. 그 앞에 작고 소박한 정경의 친근한 성모 마리아상이 있어 오가는 신도들과 혹은 지나는 사람들도 편하게 사진을 찍고 즐긴다. 성당 앞에 서면 다른 종교시설과 달리 마치 예전의 작은 절집을 만나듯 경건해지거나 차분해진다. 성당 특유의 검소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과 이미지, 특히 이곳의 이웃한 오래도니 솔숲의 자연과도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그러한 듯하다.
가톨릭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는 가톨릭 관동대학교의 표상 같은 곳이기도 하고, 우리 시대의 넘치는 물질문명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프란치스코 성인을 모신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의 재물을 모두 던져버리고, 이웃의 어려움을 돌보신 성자 프란치스코는 천년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언명이자 화두이다. 우리는 재물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이웃에 비교해 덜 가졌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이 더 크다고 한다. 지나는 길에 크신 성인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본다.
동계올림픽 빙상경기를 개최했던 교내 경기장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박물관은 외국 선수단과 가족들이 찾던 영동지역 최고의 대학박물관이다. 1954년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자금을 모아 관동대학관을 설립, 1955년 관동대의숙으로 교명을 바꾸어 시작된 관동대학교는 가톨릭인천학원에서 2014년에 새로이 가톨릭대학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1964년 관동대 학감이었던 리빙스턴(David p. Livingston)의 포남동 자택 공사 중 청동기시대 유적이 출토되어 간석기를 비롯한 100여점의 유물이 공개되면서 1974년 국사학과가 신설, 1976년 민속박물관으로 출발하게 된다. 고고미술실, 민속생활실, 서화실 등 4개의 상설전시실과 유물 등 수천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는 여행 중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최근 방송되는 외국인의 한국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박물관을 즐겨 찾는다.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그 도시의 정신문화를 보려거든 박물관에 가고, 품격을 보려거든 미술관을 가야 한다. 관동대박물관에서 우리 도시의 오래된 정신문화를 차분하게 되새겨볼 일이다.
김대건 신부님을 기리는 대건관은 예술대학이다. 아트홀 공연장이 있고 그곳에서 아티스트들의 연주회나 공연, 뒷마당에서는 미대생 오빠들이 많았다. 지금은 학과구성의 변화로 형태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그곳은 대학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도자와 미술실 등의 추억이 돋는 이곳의 바깥 테라스는 아름다운 곡선의 나선형 계단이 이어져 있다. 청춘들은 그곳에서 별 바라기를 즐겼고 낭만을 속삭였다. 아름다운 별 맛집. 그곳이 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을이면 부엉이들의 날갯짓이 까무룩 별까지 깨우는 신기한 자연나라이다. 대학 캠퍼스 안에 이토록 아름답고, 낭만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진짜 축복과도 같다. 지금은 인근 기숙사생들이 산책하는 코스로 애용되기도 한다. 그 나선형 계단의 ‘별 맛집’에서 고즈넉하게 시심을 꿈꾸고, 아름다운 은하수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멀리 구름사이에 달빛을 따라 칠성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섰고, 자조와리 너른 뜨락이 달빛에 일렁인다. 우리는 누구나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조금만 비켜서서 돌아보면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랑데부할 수 있는 거다. 마음먹기 달렸다